셔틀콕!

 

영화 셔틀콕은 제목이 주는 상긋한 느낌과는 좀 다른 영화입니다. 

인물들의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행동과 생활 방식이 무절제하여서 마음이 편하지 못하게 하는 영화죠

하지만 제목이 주는 진정한 뜻은 따로 있겠죠?

먼저 셔틀콕이란 배드민턴에서 사용하는 깃털 달린 볼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배트민턴 공이라는 것이죠. 이 볼의 특징을 생각해봅시다!


 



달려 있는 깃털처럼 매우 가볍고 다른 공(야구공이나 골프공 등)처럼 전혀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또 잘 튕기기는 하나 농구공이나 축구공처럼 예측 가능한 위치로 튕기는 법이 없죠

그건 볼에 깃털이 달려서기도 하며, 가볍기 때문입니다. 이 셔틀콕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동선이 바뀌죠

시합을 하는 것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래서 경기를 할때는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하는 법이 많구요

물론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야외 스포츠의 가장 편리하고 재미난 경기로 기억하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이유가 있는데 그 예측 불가한 자유로움 때문이죠.

바람에 휩싸이고 환경에 휘둘리는 이 볼이 예상 밖의 공간으로 날아가는 것을 사람들을 즐기는 것입니다!




셔틀콕에 대한 설명은 이쯤으로 하고, 이 설명은 영화의 제목을 왜 이런 특징을 가진 셔틀콕으로 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성장기의 청소년기라고 여겨지는 앳된 외모의 민재는 자신의 삶에서(여지껏 살았던 삶) 가장 큰 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 때를 만나게 됩니다. 

재혼한 부모의 죽음, 그 가정에 있던 누나를 향한 이룰 수 없는 사랑,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의 욕구, 그리고 그 불협이 만났을 때 어긋나게 되는 원초적 심리. 지금 민재는 이런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죠

마치, 셔틀콕이 배드민턴 채에 퉁 튕겨져 포물선을 그리는데 이쪽 저쪽에서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바람이 불어 원래의 포물선을 방해하듯

민재의 삶은 굴곡이 생기고 방해를 받습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말이죠.





영화는 끝까지 민재의 심리를 따라가며 우리가 예상 못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게 셔틀콕이라는 제목과 맞닿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뒷부분의 이야기는 조금 뜬금없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누나, 은주와 다시 재회하여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그렇죠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더 큰 긴장과 사건이 필요할 것 같은데 조금 싱겁게 마무리를 지어버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물의 파편처럼 보여준 장면들이 별 것 없잖아, 라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운면도 있죠

기억의 파편을 긴장감 있게 전반에 보여 주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고 가슴을 퉁 칠 수 있는 반전이 있는 사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셔틀콕의 뒷 부분은 그런 면에서 매우 아쉽네요. 초반 1시간의 긴장과 기대는 너무 좋았지만.


  


새로운 배우들! 


민재를 맡은 이주승이라는 배우는 파수꾼의 이재훈 이후 가장 눈빛이 강렬한 배우라고 생각됩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어떤 증오의 목표물을 향한 배우의 눈빛은 매우 솔직하고 두렵고 강력했죠

또 그 감정선 안에는 눈에 써있기라도 하듯 애증이라는 게 너무 잘 보였는데, 그건 영화 중간중간 파편으로 보여주는 누나에 대한 생각을 할 때의 애처로운 듯한 연기를 보여 줄 때와 누나의 전화를 받거나 동생 은호가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버럭하는 장면들에게 잘 나타납니다.

그의 연기 동선에 가장 감명했던 것은 냉소입니다. 꽤 적당한 냉소적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른들의 무시나 사회적 편견 등에 관한 사회적 불만의 냉소, 누나를 상기할 때마다 뿜어 나오는 애증의 냉소, 무엇보다 가장 굿 이었던 건 은호에 대한 따스한 냉소가 돋보이네요





이어 이야기 하자면, 은호 역을 맡은 김태용이라는 아이의 연기도 정말 좋습니다.

겨우 3학년 안팍으로 밖에 안 보이는 이 어린아이는 꽤나 훌륭하게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역할을 잘 수행해 냅니다

냉소적인 형인 민재를 따라 어설픈 냉소로 툭툭 욕을 뱉기도 하는데 그게 참 쌍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교과서적인 모습도 아니어 보이고요

또 솔직한 감정 표현은 어떻게 지도를 했는지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아이의 발성도 아이답고 명확하며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방식도 매우 세련되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도 영화 '셔틀콕'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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