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는 기계적 화학적 처리에 의해 추출한 식물체의 섬유 등을 통틀어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제지, 용지 종이의 뜻으로 많이 쓰이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단어가 다중적인 뜻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펄프 역시 그런 단어 중 하나죠

대중들이 많이 찾는 잡지나 성인물들에 펄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펄프는 싸구려 야한 잡지나 섬뜩한 책 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제목부터 싸구려 틱한 타란티노 감독의 가장 유명한 영화 펄프픽션을 다시 봤습니다.




이 영화는 너무 유명하죠. 이야기가 복잡해 보여도 간단한 액션, 살인, 추적 영화인데 다각도로 인물들을 살펴봤을 뿐입니다.

제가 이번에 유심히 본 것은 영화의 구성방식입니다. 이 영화가 나오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보였는데, 바로 구성의 힘이죠.

먼저 영화의 구성이 뒤죽박죽입니다




첫 장면에 나왔던 커플이 계속 나오지 않다가 마지막 20분을 남겨 놓고 다시 나온다던가, 쥴스와 빈센트가 티격태격 거리다가 갑자기 터치하듯 부치의 이야기로 바뀐다든가 하는 식으로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결코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을 금방 알게 되죠

게다가 이 제각기인 듯한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면 머릿속에서 유기적으로 뭉치고 순서대로 이야기가 재배열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펄프픽션의 진가죠.






그렇다고 이 구성이 정말 뒤죽박죽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감독이 그냥 찍고 싶은 대로 찍고 편집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감독은 처음 뭘 생각하고 이런 짓을 꾸몄을까요?

이야기를 큰 틀로 분석해보죠!

 

1. 허접한 두 남녀 강도의 시작


2. 건달 빈센트와 쥴스의 등장


3. 부치 이야기


4. 쫒기는 부치와 쫒는 두목의 혈투


5. 다시 건달 빈센트와 쥴스 등장2


6. 허접한 두 남녀 강도의 끝




 

나는 이 영화의 구성을 데칼코마니 기법과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칼코마니는 미술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어떤 무늬를 한 쪽에 그린 후 종이를 반으로 접으면 대칭으로 같은 무늬의 그림이 찍히는 기법이죠.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많이 했기 때문에 다들 익숙할 겁니다.

이 영화의 대칭은 123456인데요

123을 먼저 그려 반으로 뚝 접어서 456의 이야기가 나왔죠. 자세히 말하자면 1과 끝의 6이 대칭, 25, 34가 그렇습니다.

먼저 1을 완성해 놓고 2를 완성 후 3을 만들었을 것!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적어 봤다가 지금의 형식,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다시 흩뜨려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뛰어난 것은 영화의 전개가 이렇게 퍼져 있음에도 크게는 기승전결의 정법 구조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죠

잔잔히 시작되는 기의 부분에선 두 커플의 암시적인 이야기와 복선이 가득한 장면들이 나오고 부치와 빈센트의 충돌

부치와 마셀라스의 충돌은 영화의 절정 부분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기가 막힙니다!



당시 이런 구성 덕분에 펄프픽션이 얼마나 센세이셔널 했냐면요!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 이후로 일급 영화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나오는 모든 출연진들이 성공을 하게 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재기 불가능 할 것 같았던 브루스 윌리스는 이 작품 이후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며 지금의 우만 서먼, 존 트라볼타를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이 존 트라볼타는 이 영화 이후로 승승장구 하며 당시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가 단순히 파격적인 구성과 화끈하고 쿨한 캐릭터들 때문에 이런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컷, 컷 하나가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컷을 자세히 보면 옛 영화들의 향수가 풍기는데, 컷 자체는 꽤나 독창적이죠

그건 타란티노 감독이 얼마나 영화광이었다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구성이 재밌고 내용도 통쾌한 영화 '펄프픽션',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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