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스턴 프라미스는 굉장히 폭력적인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폭력배들이 나오는 액션, 오락 영화 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생각보다 고전적이며 우아하고 깊이도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 역시 명장 반열에 오른 '데이빗 크로넨버그'감독인데요, 비디오 드럼이나 엑시스텐즈 등의 SF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분명, 그만의 색깔이 있기에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이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폭력배들이 나오는 액션영화인

이스턴 프라미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럼 이 영화를 크로넨버그 감독의 개성을 살려 독특하고 깊이 있게 만든 부분은 무엇일까요. 여러 지점이 나오지만 개인적인 생각엔 영화에 무수히 들어있는 '양명선' 이라는 관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스턴 프라미스작품 속에는 양면성에 관한 상징들이 가득 나옵니다

먼저 주인공 니콜라스의 경우인데요.그는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진짜 정체가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가 안나를 도와주는 일화들과 숨겨진 직업 때문에, 선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은 모두 니콜라이의 장면이기도 하죠. 때론 그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악역보다 무섭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무표정으로 시체의 손가락을 절단하고, 사우나에서 덤벼드는 상대방을 무참하게 베어 죽입니다. 또 영화 마지막 장면,(후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레스토랑의 빨간 소파에 보스처럼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그가 나중에 나올 후속에는 악의 제왕이 되어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여담으로 후속은 각본은 완성 되었지만 제작비 때문에 계속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하네요. 하지만 데이빗 감독은 각본이 매우 좋기 때문에 꼭 만들겠단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악인처럼 나오는 보스, 세미온의 경우는 자신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시켜주는 경계에 놓인 상징으로도 보입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가족 파티장면에서 보였듯이 자신의 가족에게는 따뜻하죠. 착한 할아버지이며 아들을 무엇보다 생각하는 아버지입니다.

특히 망나니 사고뭉치 아들, 키릴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버지죠. 결국 키릴을 살리기 위해 니콜라이를 보스급의 자리에 올려놓게 되면서 자신은 감옥신세를 져야 했지만.

반면, 세미온은 타인에게는 잔인하리 만큼 냉정합니다

16살의 자기 손녀 뻘 되는 어린 아이를 강간해 임신 시키고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죽이죠.




그 외에도 평범한 안나의 삶과 어두운 폭력적 삶들을 이리저리 보여주며, 영화가 마치 다른 이야기를 두 개 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이 둘은 결코 부합하거나 부딪치지 않은채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아마 그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의 양면적 모순이 아닐까요.

 컷을 나누는 곳에도 양면성에 대한 상징이 드러납니다

처음 등장하는 가족의 파티 장면이 나온 후, 니콜라이가 죽은 소이카의 시체를 처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또 소이카를 죽인 아짐의 조카가 축구 경기 직후 목이 베어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뒤의 장면에는 평화로운 보스 가족의 파티장면이 나오죠

(앞에 말한 컷을 거꾸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음악에 심취해 고풍스럽게 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파티장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분위기는 전의 살해 장면과 대비되게 매우 밝죠

이렇게 감독은 장면 컷의 대비를 이용해 양면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니콜라이의 역을 맡은 비고 모텐슨과 세미온 역의 스탈은 자신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과장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관객에게 보여줄 때는 보여주고 감출 때는 감추고 있습니다

(세미온의 여유로운 모습은 놀랍게도 그를 선한 인간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고 반대로 모텐슨의 미소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종종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오미 왓츠는 평범했으며, 뱅상 카셀의 망나니 역할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이스턴 프라미스는 인간, 그리고 세계와 인식에 대한 양면성을 지루하지 않는 액션 활극으로 보여준 흥미로운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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